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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학 이야기: 첫 무향실(Anechoic chambers)을 찾아서오피쓴의 음향학라이프/음향학 이야기 2025. 7. 26. 21:56
음향학은 역사가 긴 학문입니다.
음향학의 시작을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부분은 기원전 피타고라스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으로 레일리(Rayleigh) 경의 "The Theory of Sound"를 음향학의 뿌리가 되는 책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무려 1877년 발간되었습니다.
미국 음향학회(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ASA)는 1928년 12월 27일 수립되었으며, 1929년 5월 10일 첫 학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미국 음향학회 창립 멤버 사진, Ref: https://asahistory.org/history-of-the-asa/ 오래된 역사는 음향학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미국 음향학회도 이를 알기에, 비교적 최근에 "Reflection"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Reflection 시리즈는 학계에도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준, 역사에 길이 남은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같이 음향학과 역사를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리즈입니다.
오늘은 Reflection 시리즈 중, 제가 흥미롭게 읽은 무향실(anechoic chambers)에 대한 글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Reflection의 글과 논문 원본을 읽고 짧게 소개를 드리오니, 관심 있으시면 둘 다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JASA Reflections 시리즈 中 "All we know about anechoic chambers" 표지. 본 글에서 무향실(anechoic chambers)의 기원이 되는 논문을 짧게 소개합니다. Refelction 글 자체는 짧으니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음향학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신다면 무향실을 모를 수 없습니다.
무향실은 반사가 없는 자유 음장(free field)을 모사한 공간입니다. 음파 입장에서는 무한히 펼쳐진 세상인 거죠.
조금 더 말씀드리면, 음파가 벽에서 모두 소산 되어 반사되는 것이 없는 공간입니다.
음원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싶을 때, 반사가 없는 무향실은 필수적입니다.
아래 그림은 오늘 글의 주인공, 현대 무향실의 조상님이 되는 Harvard에 설치된 무향실 내부 사진입니다.
이 무향실은 벽에 부착되어 있는 Wedge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을 최적화하여 만들어졌습니다.
* 참고로 최초의 Wedge 부착형 무향실은 Meyer 등이 Berlin에 구축한 "Dead room"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Refelction 시리즈나 본 논문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Leo L. Beranek과 Harvey P. Sleeper, Jr.는 아래 그림의 무향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미국 음향학회에 기재하였습니다.
Title: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1946)
지금 전 세계의 무향실은 소개드리는 논문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Harvard에 설치된 무향실(anechoic chamber). 참고로 내부 크기는 11.6 x 15.2 x 11.6 m입니다. [Ref: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본격적으로 논문 내용에 대해 이야기 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놀랍게도, 이 논문이 발간되기 전까지 사실 "anechoic chamber"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anechoic 단어를 만든 이유와 그 뜻이 논문에 각주로 나타나 있습니다.
an- 은 not 혹은 without과 같이 없음을 나타내어, anechoic은 echo가 없는 즉 반향음이 없음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흔히 쓰던 단어의 탄생을 지켜보니 너무 흥미롭죠?

Anechoic chamber 이름의 기원. 어떤 이름의 기원을 아는 것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Ref: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본 논문에서는 Wedge 등 다양한 구성품들의 흡음 성능을 수 많은 실험으로 최적화하였습니다.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너무 양이 방대하기에 가장 대표적인 Wedge 모양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은 우선 여러 가지 Wedge 모양에 대해 실험을 수행하고, Linear Wedge의 흡음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참고로 Meyer의 Dead room은 Pyramidal Structure Wedge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본 논문에서 Linear wedge는 흡음 성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제작 및 부착에도 유리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는 이유가 있군요.

Linear Wedge 실험 결과 [Ref: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무향실 각 요소들의 흡음 성능은 이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도관을 이용하여 측정되었습니다.
도관 한쪽 끝에 음원을 두고, 다른 끝에 측정 대상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도관 내에서 움직이면서 음파의 standing wave 양상을 측정합니다.
(요건 따로 내용을 빼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음향 에너지의 흡음률을 측정하기보다 반사파의 크기를 측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측정 분해능에 큰 도움이 됩니다.
흡음률이 99%가 넘은 지점에서는 측정 분해능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사되는 크기를 보면 0~10% 범위로 흡음률 99% 이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분해능이 높아져, 측정의 민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Wedge 등 Anechoic chambers 요소들의 흡음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도관 [Ref: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Wedge의 모양이 정해진 이후에는 Wedge의 크기를 최적화하였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Wedge 각 요소들의 크기를 변화시키며, Cutoff frequency가 가장 낮은 설계를 도모하였습니다.
음파는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파장이 길어 흡음이 어려워집니다.
이에 따라, 무향실은 Cutoff frequency라는 하나의 스펙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도 너무 흔하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Cutoff frequency는 수직으로 음파가 도달했을 때, 99%의 에너지가 흡음(20 dB 손실)되는 주파수를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 극저주파에서 99% 미만의 에너지가 흡음되고 주파수가 높아지면서 언젠가 99% 흡음 성능이 나타날 때, 그때가 Cutoff frequency가 됩니다.
따라서, Cutoff frequency가 낮을수록 좋은 무향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500개가 넘는 다양한 크기의 Wedge들을 실험했다고 하네요.
역시 그냥 나오는 것은 없군요.

Wedge 설계 요소에 따른 cutoff frequency [Ref: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위와 같은 과정들을 통해, Wedge가 최적화되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다양한 요소들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최적화하였고, 역시나 이에 대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Wedge로 이루어진 벽을 만들어, Harvard의 무향실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도 매일 실험실에서 보는 것이라 반갑군요.

최적환된 Wedge가 설치된 벽 [Ref: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지금까지 현대 무향실의 기원이 되는 논문 내용 중 Wedge 최적화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제가 위에 소개드린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가합니다.
총 124 페이지로 이루어진 논문으로, 그 내용이 정말로 방대합니다.
심지어 설치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도 다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논문 원본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그럼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 또 재미있는 음향학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1. Michael Vorländer, "All we know about anechoic chambers" J. Acoust. Soc. Am. 157, R1–R2 (2025)
2. L. L. Beranek and H. P. Sleeper, Jr., “The design and construction of anechoic sound chambers,”
J. Acoust. Soc. Am 18, 140–150 (1946).
과거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앨러 머스크로 기억합니다.)
"기술은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관련된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세상이 진보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누리는 것입니다.
무향실이 나오기 전까지 자유 음장에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넓은 대지를 찾아야 했습니다.
비라도 오면 실험은 할 수 없죠.
게다가 바닥은 여전히 음파의 반사를 야기합니다. 그럼 엄청 높은 곳에서 실험을 해야 합니다.
위 논문 저자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의 덕에, 또한 이 논문 후 여러 후속 연구들을 통해 무향실에서 간편하게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벅차오르는 감정이 듭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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